제2의 기계시대(2부) 발제문
*4차 산업혁명 세미나 발제용
제2의 기계시대
2부: 기술의 진보와 불평등
6장 풍요의 시대
미국 경제는 20세기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는 생산성의 증가에 크게 의존한다. 생산성 향상은 제1의 기계 시대 기술이 보편화된 20세기 중반에 크게 일어났다. 1973년부터 그 속도가 점차 느려지는데, 그 시기는 컴퓨터 혁명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났으나 생산성은 그만큼 오르지 않은 것이다(생산성 역설). 에릭은 그 시기 경제에서 컴퓨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으며, IT 같은 범용 기술은 보완 기술이 등장해야 실질적인 영향을 발휘한다고 주장했다. IT의 도입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급증했다.
전기화(2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1890년대부터 공장에 전기가 도입되었으나 20년 동안 노동생산성 증가는 느렸다. 본격적인 상승세는 증기기관이 아닌 전기에 맞게 공장이 재구조화된 후에 나타났다. 즉, 전기와 컴퓨터 같은 범용 기술에는 보완 기술이 필요하며, 보완 기술이 일반화하기 전까지 시간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보완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기술 활용에 적합한 기업 경영 프로세스 및 조직 혁신이다. 월드와이드웹은 소수의 입자물리학자들의 도구에서 시작하여 디지털화와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대중화되었다. 기업들은 IT 시스템을 토대로 경영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기 시작했다(월마트). 점점 IT 기술의 활용 여부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가 나타났다. 1990년대에는주로 컴퓨터 생산 분야에서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전체 산업 부문에서 생산성 증대가 이루어졌다. 이전의 범용 기술처럼 컴퓨터는 ‘본연의’ 사업과 거리가 먼 분야의 생산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005년 이후 생산성 증가가 둔화되었고 금융위기로 대침체기에 진입하면서 많은 비관론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가장 비관론이 많았던 1930대에도 그 후 30년 간 가장 높은 성장이 일어났다. 보완 혁신이 확산되면서 전기화의 혜택은 거의 한 세기 동안 이어졌다. 지금도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제2의 기계 시대의 기술은 그 특징에 의해 기하급수적 속도로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유례없는 풍요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7장 GDP를 넘어서
쿠즈네즈가 고안한 GDP는 경제성장의 대표적 지표였다. 그러나 GDP는 현재 증가한 복지 수준은 물론 경제적 성장 또한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디지털이 일반화되면서 많은 상품이 무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대신 유튜브를, 백과사전 대신 위키피디아를, 전화 대신 스카이프를 이용하면 가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GDP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GDP와 같은 공식 통계에서는 현대 경제의 많은 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디지털화는 수많은 무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효율성과 편리성을 증대한다. 더불어 경제의 기본 자산에서 무형 자산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조직 자본, 사용자 생성 콘텐츠, 인적 자본의 4가지가 무형자산의 범주이다. GDP는 이 모두를 무시한다. 실험적인 ‘위성 계정’에 따르면 연구개발 자본 투자가 GDP의 약 2.9%를 차지하며, 연간 약 0.2%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공식 자료는 무형자산의 기여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기계 시대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수많은 자료를 디지털 방식으로 분석한 새로운 경제 계량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8장 격차의 시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풍요와 더불어 훨씬 큰 격차도 가져왔다. 최근의 경험적 통계들은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회의 전반적인 부는 증가하고 있지만 상위의 소수가 대부분의 몫을 가져간다. 특히, 평균 소득의 큰 향상에도 중간 소득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은 불평등의 증대를 보여준다. 여기서 승자는 비인적 자본, 인적 자본을 대규모로 축적한 이들이거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슈퍼스타들이다.
최근의 기술혁신은 ‘숙련 편향적 기술 변화’를 보여준다. 숙련된 노동력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덜 숙련된 노동의 수요는 감소한다. 미국에서 1980년대 이후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공급은 크게 증가했지만 이들의 임금은 크게 증가했다. 그 이하의 교육을 받은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경쟁이 커지고 소득 불평등 또한 증가한다.
이에 따라 일자리의 양극화가 발생한다. 꼭 ‘숙련도가 낮은 업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업무’에서 변화가 크다. MIT의 애쓰모글루와 오토는 노동을 지식 노동 대 육체 노동, 일상적 노동 대 비일상적 노동으로 나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비일상적 지식 노동(금융 분석)과 비일상적 육체노동(머리 손질)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그 사이의 일자리는 대부분 줄어들며 그 속도 또한 빠르다.
노동분배율-자본분배율 또한 큰 변화가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GDP에서 노동-자본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노동분배율의 감소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다. 노동 인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임금이 차지하는 몫이 하락하면서 자본분배율이 굉장히 커진다.
9장 슈퍼스타 경제
소득에서 가장 큰 변화는 ‘슈퍼스타’와 나머지 모든 사람들 사이의 격차에서 나타난다. 중간층에게 돌아갈 돈이 최상위층 슈퍼스타에게 돌아가는 ‘승자독식’ 현상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 승자 독식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1위이다. 비록 1위와 1위가 아닌 것들 사이의 차이는 미미할지라도 1위가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한다.
승자 독식 시장은 상품 및 서비스의 디지털화, 전기 통신 및 운송 기술의 개선, 네트워크와 표준의 중요성 증가의 결과다. 디지털화는 생산의 한계비용이 훨씬 낮기 때문에 승자독식을 만들어내기 쉽다(“웹사이트를 가진 생산자 한 명은 소비자 수백만 명, 수십억 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전기 통신과 수송 기술의 혁신은 소규모 지역 시장을 하나의 세계시장으로 통합하여 승자독식이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효과는 수요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화하여 ‘수요 측면의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다.
슈퍼스타 경제에서 소득 분포는 기존의 정규 분포가 아닌 멱법칙 분포를 보인다. 즉,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멱법칙 분포에서 평균은 대체로 중앙값이나 최빈값보다 훨씬 높다(“2009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의 평균 연봉은 324만 206달러로, 중앙값인 115만 달러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여기서 ‘평균적인, 전형적인’ 사람은 없다. 시간에 따라 평균 소득은 오를지라도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은 전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멱법칙 분포는 소득 불평등을 키우며 우리의 직관도 혼란시킨다.
10장 풍요와 격차의 의미
생산성과 고용은 함께 성장했으나 1997년을 기점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더라도 고용은 줄어들었다. 풍요와 격차의 이분법이 나타난다. 다음 세 가지 중요 질문을 다뤄야 한다. 첫째, 풍요가 격차를 압도할까? 둘째, 기술은 불평등 증가 뿐 아니라 구조적 실업도 낳을까? 셋째, 세계화는 최근의 임금과 고용 감소 추세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풍요는 소비재와 식량 뿐 아니라 삶의 복지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 풍요의 토대를 이루지만, 한편으로 격차 또한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해 ‘강한 풍요’ 논리는 격차 증가는 인정하지만 사람들의 삶 전반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틀렸다. 상대적, 절대적 측면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은 열악해지고 있다. ‘강한 풍요’의 주장대로 사람들의 소득은 감소하지만 더 많은 사용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엄청난 격차를 보상할 만큼은 아니다. 게다가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감소하고 있다. 제2의 기계 시대가 확대될수록 격차가 풍요를 억압할 수도 있다.
한편, 기술은 실제로 실업을 유발하는가? 제1차 산업혁명과 기계제의 확대는 논쟁을 가져왔다. 한편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일부 고용이 감소하지만, 이는 일시적이며 새로운 고용을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케인즈를 비롯한 다른 한편에서는 ‘기술적 실업’을 주장하며 자동화의 확대가 고용을 영구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대공황의 장기 실업을 해결한 것은 전쟁이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기술 진보가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이 주장은 경제 이론과 역사적 증거에 근거한다. 경제 이론은 기술적 실업과 관련하여 비탄력적 수요, 빠른 변화, 심한 불평등의 세 가지 메커니즘에 토대를 둔다. 기술적 실업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생산성 증가에 따라 상품 가격이 하락하기에 수요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는 수요가 그만큼 탄력적이라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케인즈는 수요가 그만큼 완벽하게 탄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기술혁신에 따른 변화에 기존의 기능, 조직, 제도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수요-공급 법칙이 노동시장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인간 노동의 임금에는 더 낮아질 수 없는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바닥 이하는 실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역사적 증거는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고용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생산성이 일자리 파괴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의아한 점’). 앞으로의 기술 변화는 더 큰 교란을 낳을 것이다.
세계화는 경제를 바꾸는 중요한 힘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임금 정체는 ‘요소 가격 균등화’로 인한 것이다. 즉, 경쟁이 심해지면서 생산 요소의 가격이 하나의 공통 가격으로 통일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세계화로 거대한 세계시장이 탄생하면서 미국의 많은 제조업이 비용이 더 싼 해외로 이전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중국 또한 제조업 고용이 하락하고 있다. 자동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그 효과는 선진국들의 노동자보다는 개발도상국들의 노동자들에게 더 클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은 더 이상 저임금의 이점을 누릴 수 없고 오히려 제조업이 다시 선진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