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2: 파울로 프레이리, 비판적 교육 연구자 및 활동가의 과제

 

이진호

 

프레이리, 대화와 실천

 

이 장에서는 파울로 프레이리의 업적을 적용하여 새롭게 대두하는 탈식민주의, 세계화, 비판적 교육학 연구들과 연결하고, 비판적 교육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과제를 제시해볼 것이다. 프레이리는 교육이 착취, 지배, 복종과의 긴밀한 연관을 간파하고, 이러한 관계들을 해체하고 재구조화하는 교육에 평생을 바쳤다. 그는 지배 계급의 상식이 아닌 스스로 세상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반헤게모니적 교육의 집단적 건설, 즉 문해의 구성방식을 밝히고 비판적 문해(“의식화”)를 실질적으로 이루어 낼 교육을 임무로 제시하였다.

 

계급 이동 전략의 정치학

 

여기서 프레이리의 사상을 다시 살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계에는 오랫동안 프레이리 산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존재해왔다. 프레이리를 다루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기에 많은 이들이 학술 분야에서 프레이리를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프레이리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목표로 했음을 고려할 때, 이들은 정치를 학문화했다. 이들의 작업은 사회운동과 연결을 맺지 못하고 글로만 남았다. 프레이리는 이 같은 단절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변형이 일어나고 있다. 그 방식은 프레이리의 것과 비슷하지만 방향은 완전히 반대이다. 프레이리는 언어와 세계에 이름 붙이기와 자의식적인 투쟁을 통해 사회변혁을 이루고자 했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회적 교육적 프로젝트는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한다.

프레이리는 신자유주의적 윤리에 대해 분명히 비판적이었다. 우리는 과거 진보 세력이 범했을지도 모르는 실수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교조적, 기계적, 목적론적인 담론과 분석을 청산하고 근본적 검토를 통해 현재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다시 해방적 교육학을 위해서 기나긴 혁명’(레인먼드 윌리엄스)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교육과 권력

 

교육학에서 지속된 무엇이 가장 가치있는 지식인가?’라는 질문은 프레이리에 의해 누구의 지식이 가장 가치 있는가?’로 재구성되었다. 이는 환원주의나 본질주의로 흐를 위험을 가지고 있지만 교육의 문화정치학과 차별적 권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이론들이 발전했으며, 과거와 현재의 제국주의와 관련된 한 사회의 문화적 구성의 문제가 더욱 분명해진다.

탈식민주의적 접근법, “공식적 지식의 정전이라는 개념이 확장된 제국의 원주민들을 문명화하고자 한 의식적 노력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통찰들이 바로 그것이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노동자계급과 농민의 문해력 획득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던 것, 볼테르가 대중들의 문해력 획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프레이리는 억압받는 사람들 사이에 비판적 문해력이 형성되는 것이 지배 엘리트에게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교육과 문해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인정 투쟁의 결과이며, 무엇이 공식적 지식이며 이에 대해 누가 말할 권위를 갖는가에 대한 투쟁의 결과였다. 현대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이와 같은 투쟁은 지속되어야 할 근본적 투쟁이며, 세계화와 탈식민주의적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세계화, 탈식민주의 그리고 교육

 

탈식민주의는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탈식민주의적 상상력은 기존의 권력 관계를 전복시켰고,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정체성에 대한 전통을 뒤흔들었다.” 교육자들은 현재를 재구조화하는, 세계를 전복하는의식적 과정이라는 취지에서 이를 받아들인다. 이는 세상을 관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로버트 영은 세계를 해석하는 서구적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서구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적 지식을 강제하며, “억눌리고 빼앗긴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저항적 지식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지식에 대한 투쟁은 사회 변혁을 의미하며 프레이리의 신념과 조응하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지식

 

중요한 것은 단지 억압된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지여부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아래로부터의 지식과 목소리를 강조하는 것은 때로 낭만적이고 담론에 대한 과도한 강조로 흐를 위험이 있다. 우리의 연구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프레이리의 언급처럼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교육은 그 어떤 연구도 또 하나의 식민지화의 행동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비판적 학자/활동가의 임무

 

교육학에서 비판적 분석()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는 다음과 같이 9가지가 있다.

 

1. “부정적인 현실을 증언해야 한다.

2. 비판적 분석을 통해 모순과 실천적 가능성의 공간을 형성하여 더욱 진보적이고 반헤게모니적 실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3. ‘연구로 분류되는 영역을 확장하여 사회운동을 위한 비판적 비서로서 행동해야 한다.

4.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식이고, 무엇이 효과적이고 정당한 교육인지를 뒷받침하는 인식론적정치적교육적 쟁점을 다루는 지적교육적 기술을 활용하고 복원해야 한다.

5. 진보적 연구의 전통을 유지하고 갱신하여 비판적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6. 언론과 대중매체의 기술, 학문적이고 대중적인 기술, 다양한 청중들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교육 속에 깊게 배어 있게 해야 한다.

7. 자신들의 연구가 지지하는 진보적 사회운동에 동참하거나 우파에 대항하는 운동에 참여하여 유기적이고 공공적인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는 투쟁으로부터 비켜서서, 중립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를 취할 수는 없다.”

8. 사회에 책임을 지는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헌신적인 멘토로 행동해야 한다.

9.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우리의 특권을 활용해 대학을 비롯한 곳에 새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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